영국 런던 & 코츠월드 4 (2011년)
2011년 10월
어느덧 나흘 째, 원래 계획은Protobello 하고 홈즈 박물관이나 찰스 디킨스 박물관을 가는 것이었다. Protobello는 호텔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데, 영화 노팅힐을 촬영한 거리이다. 아기자기한 건물과 상점들을 구경하는 것인데, 사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여러 군데서 추천되어 있는 장소이다. 첫날 버스 타고 잠시 지나온 거리이기도 하다.아이들이 뜻밖에도 찰스 디킨스는 잘 알지 못했다.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도 잘 알지못하는 듯. 이런 걸 세대차라고 하나? 그래서 홈즈 박물관에 가기로마음을 정했었는데, 갑자기 범조가 그리니치 천문대에 가고 싶다고 해서 일정을 바꾸었다. 오전에는 그리니치, 오후에는 대영박물관 그리고 런던아이.
그리니치는 호텔에서 지하철타고 한번만 갈아타면 갈 수 있다. 그리고 2구역에 속해있어, 교통카드도 2구역권을 사면되는데, 일찍부터 다녀오려고 9시 이전에 rush hour 티켓을 샀더니, 어른이8파운드이다. (아이 4파운드)DLR (Docklands 경전철이다)를 갈아타고, 그리니치에 가까이 오자 기차가 지하에서 벗어나 지상으로 운행을 한다. 그리고 팻말이under ground에서 over ground로 바뀐다. 창 밖으로 갑자기 현대화된 큰 빌딩이 보이다가 그 뒤로는 요트가 떠있는 자그마한 수로가 보인다. 역에서 내려서 바로 대학교가 하나 보인다. 대학교를 통과해서 천문대방향으로 가니,넓은 잔디밭이 보이고 숲길이 보이고 언덕 위에 조그마한 건물 하나. 산을 오르는기분으로 숲길을 올라 가는데, 한 무리의 학생들이 보인다. 견학을 온듯한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인데, 그러고 보니 영국에 와서 학생들을 처음으로 보는 것 같다. 서로 장난치며 도시락일 듯 싶은샌드위치를 땅에 떨어뜨리고 그냥 간다.
마침 우리가 도착했을 때, 한 무리의 중국 관광객들이버스에서 내린다. 복잡한 것이 싫어서 벤치에 앉아 주위를 감상하면서 가져온 사과를 먹었다. 멀리 특이한 건물 (하얀 지붕에 박혀 있는 삐죽삐죽한 기둥들)이 있어서 찾아보니, 2012년 런던 올림픽이 열릴 곳이라고 한다. 입구가 좀 한산해 진 후에 입장권을 사서 들어 간다. 옛날에 하늘을 관찰했던 건물들과 시계의역사, 그리고 항해술에 대하여 여러 가지가 물건들이 모아져 있다. 초기의어마어마하게 큰 시계가 손목위로 올라오기까지의 과정이 재미있다.) 돌고래 꼬리가 비추는 위치로 시간을 볼수 있는 해시계도 특이했고, 꼭대기에 천체 망원경을 구경할 구 있다. 물론 직접 들여다 볼 수는 없지만. 다시 밖으로 나오니, 경도 0 인 점을 표시하고 있는 기념품에서 저마다 사진을 찍고 있다. 대단한 것을 바랬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간단히 산보 겸 와서 구경하기는 좋은 곳이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가까워 져서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식당을 찾는데, 선뜻 들어가고 싶은 식당이 눈에 띄지 않는다. 결국 역까지 내려와서는 그 앞에 있는subway에 들어갈까 스테이크 집에 들어갈까 하다가 스테이크를 먹기로 한다. 할인해서음료수를 준다는 광고에 혹해서. 그런데 분위기가 음식점이라기 보다 선술집분위기이다. 영화에 보면 해적들이 항해를 마치고 맥주나 럼을 마실 것 같은 분위기. 한 쪽 편에는 카지노오락기도 있는데, 나이 드신 분들이 맥주 하나 테이블에 올려 놓고 멍하니 앉아 계신 곳이 많다.밖에 광고와는 틀리게 음료수를 따로 주문해야 한다고 한다. 뭐라 말하는데,잘 못알아 들었다. 한쪽 구석에 앉아 스테이크를 먹는데, 여기도 감자는 푸짐하게 나오는데, 야채가 없다. 따로시켰어야 하는 건데…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려다가 아내 가방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고기를 써느라 신경을 쓰지 않아서 의자에 걸쳐놓은 가방이 없어진 것을 모른 것이다. 뒤 편으로나이 드신 할머니 한 명과 흑인 남자 한 명이 잠시 앉았다가 자리를 옮기려는 듯, 일어서는 것을 봤기 때문에그 두 명을 찾아서 가게 안을 돌아 봤는데, 있을 리가 없었다. 우리가당황해 하는 것을 보고 주변에 있던 다른 손님이 경찰서에 신고하라고 한다. 종업원에게 몇 가지 확인을 하고,어떻게 할까 하다가 경찰서에 가보기로 한다. 가방 안에는 비상금으로 가져온 미국달러도있었지만, 범조의 휴대폰하고 안경이 들어 있었다. 안경 없으면 어떻게남은 구경을 할까가 걱정되어 혹시 가게 밖의 쓰레기통에 가방을 버렸는지 확인해 봤는데, 찾지 못했다.버려도 좀 멀리서 버렸겠지.
쓸모 없다는 걸 알면서도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했는데, 귀찮은 기색이 역력하다. 보험에 들었느냐? 여행자 보험에들었으면, 일정 금액을 보험에서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때에 현지에서도난 신고한 서류가 필요한 것이다. 근데 우린 보험도 안 들었는데, 왜 신고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다. 그냥 돈을 찾을 수 없어도CCTV확인해서 범인 잡아서 처벌하는 것이 경찰에 책무 아닌가요? 말 그대로 비상금이었고영국 돈은 그대로 있고, 카드를 쓸 수도 있고, 중국 돈을 환전할 수도있기 때문에 여행에는 지장이 없지만 분위기가 가라 앉는다. 다행이 여권은 내 가방에 있었으니까.언제나 순간의 방심이 사고를 부른다.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가방을 안전하게 내 위치에옮겨 놓았을 텐데.
이왕 잃어 버린 것, 마음 가라앉히라고 위안을하고, 범조에게도 네 책임이 아니니까 중국 돌아가서 핸드폰하고 안경 사준다고 약속한다. 덕분에 시간도 많이 지체되고, 냉랭한 분위기에서도 여행은 계속된다. 전철을 타고 대영박물관으로 향한다. 지도 상에서 보면 역에서 그리 먼 거리가 아닌 데,빙빙 돌아도 건물이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돌아다녀 겨우 입구에 도착했는데,건물 외관이 무척 낡고 허름해 보인다. 돈을 잃어 버린 화풀이로 여기서는 기부도안하고 안내도를 집어 든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고대 이집트 문명이 남긴 여러가지를 볼 수 있다. 그 곳이 원래부터 황폐한 곳은 아닐 건데, 유물에서사막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생활에서 사용하던 유물에서부터 실제 미이라까지 전시하고 있는데,한꺼번에 너무 여러 가지를 보니까 나중에는 모든 것이 무덤덤해 진다. 너무 오래돌아다닐 수는 없으니까 (다리가 아파서) 유럽 쪽 전시물은 대충 보고지나가려 한다. 갑자기 아이들이 한국관에 관심을 가진다. 나 같은 경우는한국에서 볼 수 있는 걸, 뭐하러 여기까지 와서 보나 하는 마음인데, 아이들 마음은 아닌가 보다. 한국관은 중국관, 일본관하고붙어서 별도로 있어서 지도를 보고 일부러 찾아 가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위치에 있다. 그리고 별도 공조로 깨끗하게 유지되어 있어 기분은 좋았는데, 중국관이나 일본관에 비해 전시물의양과 질은 많이 모자란다.
박물관에서 나와 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에 범조 안경을 사볼까 하고 안경점에 들렀다.아마도 안경 할인 매장인 듯, 가격이 많이 비싸지는 않다고 좋아하며,안경을 선택해서 렌즈를 맞추려고 하니, 오늘은 안되고 내일 와야 한다고 한다.오늘 검사하고 주문한 후에 내일 와서 찾으라고 한다. 관광객이고 시간이 없으니,어떻게 안되겠냐고 사정을 해도 방법이 없다고 해서 포기하고 나왔다. 다음 목적지는런던아이이다. 런던을 내려다보는 회전 관람차인데, 안경 없이는 잘 보이지않을 텐데.
런던아이는 버스 타고 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보통은 웨스트민스터에서 다리를 건너가라고 안내되어 있던데, 빨리 가고자 하는 마음에 지하철을타고, 지도 상에서 보면 워털루 역에서 가까운 것 같아 워털루에서 내려서 걸어 가는데, 방향 잡기도 복잡하고 거리도 생각보다 멀다. 더군다나 가는 도중에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한다.그동안은 날씨가 참 좋았는데. 잠시 기념품가게에서 비를 피하면서 몇 가지 물건을샀다. 살만한 물건은 그다지 많지가 않다.
런던아이에서는 체험행사를 하고 있었다. 나중에는따로 요금을 받을 지 모르겠지만, 4D 영화로 런던아이를 체험하는 행사로, 런던 하늘을 날아 다니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줄을 서서 런던아이를 탑승하는데,한 칸에는 20명 정도 탈 수 있는 것 같은 데, 바로 앞에서 2명만 탔는데, 우리를 못 타게 하고 출발시킨후, 우리는 뒷 칸에 20명 정도가 함께 타게 되었다.앞 칸에 탄 커플은 아마도 특별한 날이어서 한 칸을 예약을 한 듯, 가운데에는 포도주같은 것이 차려져 있고, 전문 카메라 기사 같은 사람이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동안 발로 걸어 다녔던 거리와 건물들을 위에서 내려다 보니, 기분이 새롭다.멀었던 것 같은 거리가 위에서 보면 가깝고, 강줄기에 비추는 노을이 아름답다.영국사람들이 특별히 이런 회전관람차를 좋아하는 걸까? 그러고 보니 영국 식민지였던싱가폴, 런던 모두 회전관람차가 대표적인 관광명소이다.
저녁 시간이 다 되었지만 급히 버스를타고 시내로 들어간다. 버스를 갈아타며, 향한 곳은 리젠트 거리.Oxford circus에서 내려서 남쪽으로 피카디리 서커스로 가는 길인데, 하필도중 도로가 공사 중이라 빙 돌아서 가는 바람에 많이 늦게 도착했다. 아이들 하고 약속한 장난감 백화점Hamleys 를 찾아간 것인데, 영업 종료 시간이 될까 마음이 조급해 진다.지하부터 4층까지 샅샅이 구경하면서도 마땅히 살만한 장난감은 찾지 못했다.레고, 해리포터 류의 모조품, 작동 완구류,인형,… 어쩌면 어느 곳에 가든지 볼 수 있을 만한 전시품들인데, 아이들은 힘들다는 말없이, 배고프다는 말도 없이 구경하다가 결국은 사탕, 쵸코렛 류를 한 봉지씩 사서 나왔다. 오늘 돈을 잃어 버린 것 때문에 마음이 쓰였던지,또 그것 때문에 피곤했던지, 그냥 호텔에 가서 사발면으로 저녁을 대신하자고 한다.물론 구경하다보니 시간이 늦기는 했다. 원래 여행할 때는 한 번 정도는 근사한 음식점에 가서 식사를 했고, 오늘밖에 시간이 없었는데, 간단한 저녁 식사로 런던 관광은 끝이고, 내일은런던 밖으로 나가 영국 서쪽을 여행하고 곧장 공항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