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5 : 피렌체, 빈치 & 친퀘테레 (2012년)
2012년 10월
여섯째 날, 피렌체로 향한다. 르네상스의 중심이 되었던 곳. 플로렌스하고 전혀 다른 곳인 줄로 알다가 여행 계획하면서 비로소같은 곳이라고 알았던 곳. 아시시에서 점심까지 먹고 늦게 출발했기 때문에 이 곳에서의 일정은 그리 많지 않다.이틀 밤을 묵지만, 그 중 하루는 서쪽 바다 쪽의 친퀘테레를 가는 것으로 일정을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렌체에서 누구나 갈 우시시 미술관 일정을 생략한다. 그 곳에 가야만 르네상스의 그림들, 조각품들을 볼 수 있겠지만.
피렌체에 들어서자 운전하기 쉬운 동네는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역시 대도시다운 복잡한 거리. 먼저 호텔을 찾아 가는데, 당연히 주차가 힘들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역시나 좁은 일방통행도로 양쪽으로 주차된 차들이가득하고,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차들, 사람들. 호텔을 발견했지만, 바로 앞에는 주차할 곳이 없다. 가까운주차장을 검색해서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보니, 주차비가 엄청 비싼 기차역 지하이다.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물어 보니, 가까이에 있는 다른 지하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다고 해서다시 차를 빼내 주차장으로 향했는데, 무척 복잡한 주차장은 열쇠를 맡아두고 차들이 서로 붙여 겹겹이 주차하는방식이다. 만일 아침에 출발할 때, 차들이 많으면 엄청 고생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향한 곳은 아카데미 미술관. 시간이별로 없어서 입장 시간이 제한된 곳을 먼저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먼저 구경한 곳으로 진품 다비드 상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관광안내책자에 씌여진 데로 길게 줄이 늘어서 있다. 일정 시간마다 입장을 시키는지,한참을 서있다가 몇 명씩 한꺼번에 들어가기를 몇 번, 평소보다 입장료가 비쌌는데,다른 특별전시회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 미술품들과 옛 악기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구경하고, 드디어 중앙 홀 방향으로 돌아서니, 유명한 조각품 프로세르피나의겁탈이 눈에 띄고, 곧이어 엄청난 크기의 다비드 상이 위엄 있게 내려다 보고 있다. 일상적으로 보아 왔던 다른 조각품들과는 비교를 할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진다. 한참을 쳐다 보며감상하다가 옆 전시실에 놓여진 석고상들과 전시품들을 구경하고 밖으로 나오니, 저녁이 다되어 다른 곳에 입장할시간은 없다.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길을 따라 죽 내려 가서 도착한 곳이 두오모 성당. 모든 도시의 중앙 성당을 두오모 성당이라고 한다. 특이한 문양과 앞에서 본 모습과 옆에서 본모습이 전혀 틀린 모습인데, 생각보다 무척 크고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많이 걱정한 것이 소매치기였다. 몇 번의 사고 경험이 있었는데,특히나 이탈리아는 소매치기가 유명해서 로마에서도 그랬고, 이곳 피렌체에서도 긴장을늦추지 않고 배낭을 앞에다 메고 다닌다. 그래서인지 다행이 아무 사고 없이 여행을 끝마칠 수 있었다.성당을 구경한 후, 길거리를 구경하며 다시 제일 처음 도착했던 기차역 방향에 있는산타마리아노벨라 성당을 구경하고 나니, 피렌체 구경이 끝이다. 이미많이 어두워 졌기 때문에 호텔 부근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또다시 스파게티이지만 다행이 맛있고분위기도 괜찮다.
호텔을 예약하면서 기대했던 것은 옛 이탈리아 거리에 접해 있는 호텔로 옛 기분을 느낄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도에서 보았던 좁은 길은 우리가 운전해온 차가 다니는 길이어서 옛정취하고는 거리가 멀었고, 건물들이 옛 건물 같기는 한데, 1층에는여러가지 상점들이기 때문에 길거리를 다니면서는 전혀 옛 건물임을 느낄 수 없다. 호텔은 마키아벨리 호텔인데,아마도 군주론을 쓴 황제의 이름을 채용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안의 장식은 실크로드가연상된다. 무슨 관련이 있는지? 객실은 침대 4개로 꽉 채워져 있는데, 천장이 상당히 높다. 아쉬운점은 커피 포트가 없어서 물을 끊여 먹지 못한다는 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져온 사발면을 먹기 위해 식당에서뜨거운 물을 받아 들고 왔다.
일곱째 날, 좀 서둘러서 길을 나선다.다행이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주차장의 차들이 거의 다 빠져 있어 차 끌고 나오는데는 지장이 없다. 콜로디를 가는 것도 계획에 있었는데, 생략하기로했다. 피노키오를 테마로 꾸민 공원이 있는 마을인데, 동화적 분위기를느껴볼까 하고 계획에 잡았다가, 빌라데스테라는 큰 공원을 이미 구경한 상태이기 때문에 굳이 갈 필요가 없다고느껴졌기 때문이다. 안개 낀 고속도로를 한 시간 정도 운전해서 도착한 곳은 빈치.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가 태어난 지방이어서 그의 생가가 있고, 박물관이 있는 곳이다.아담하고 조용한 마을이 마음에 든다. 그런데 너무 서두른 탓인지 박물관은 아직 문을열지 않았다. 길을 왔다 갔다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결혼식을 준비하는 성당이 하나 눈에 띈다. 잠시 들어가 보았더니, 대머리가 훤한 사람이 신랑, 아마도 재혼? 부근에 앉아서 쉬는 데, 고양이 한 마리가눈에 띈다. 어슬렁 어슬렁 다니다가 박물관 벽 사이 틈에 둥지를 튼 비둘기를 노려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한 3미터 정도 높이에 있어서 쉽사리 공격하기 힘든 위치인데, 한참을 노려보다가 날렵하게 뛰어서 기어올라가기를 몇 번, 그러나 50cm 정도를 남겨두고 더 이상 닿지를 못한다. 한참을 고양이를 쳐다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박물관은 전시물은 알찬 편인데, 아쉬운 점은 직접작동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도르레, 지게,헬리콥터, 비행기 등등,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설계한 많은 기기들의 모형을 만들어 놓았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어떤 용도인지도 모를 수가 있다.다 빈치 생가는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방문하지 않았다. 다시 고속도로로 향하는길에서 수많은 자전거의 행렬을 본다. 하늘에는 행글라이더도 날아다니고. 이 곳 빈치는 실외 레포츠 하기 좋은 곳인가 보다.
또다시 2시간 정도를 운전하여 친퀘테레 들어 가는입구인 라 스페치아 기차역에 도착한다. 주차장에 차를 세웠는데, 재미있는점은 주차티켓을 이용해야만 화장실 문이 열린다는 점이다. 기차역으로 올라가는 출구도 주차티켓을 이용해서 여는것이었는데, 그 것을 모르고 차가 들어오는 입구로 걸어 나갔다. 자동차를타고 가면 첫번째 마을인 리오 마조레와 마지막 마을인 몬테로소에만 주차장이 있다고 하고, 운전이 어떠할 지몰라 기차를 타기로 했다.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찾다가 결국은 기차역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었다.그리고 문 하나를 밀고 나가면 곧장 철도. 별다르게 표 검사 하거나 하는 곳이 보이지않는다. 안내책자에는 기차승차권과 친퀘테레 산책로 이용권이 포함된 친퀘테레 패스를 사는 것이 좋다고 되어있는데, 어떤 원인으로 산책로가 닫혀 있다고 한다. 날씨가 나쁜 편은아닌 것 같다. 그래서 기차표만 샀고, 기차표는 정해진 승차시간이 없고2달의 기한이 적혀 있어 펀칭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펀칭하는 곳을찾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맥도날드에서 밀고 나간 문이 아닌 기차역 입구에 설치가 되어 있는 것이다.혹시나 기차표 검사를 하는 경우는 부정 승차가 되어 벌금을 문다고 알고 있기 때문에 불안해 하면서 기차를 탔다.
친퀘테레는 5개의 마을이라는 이탈리아 말이다.이탈리아 서부 해안의 조그마한 마을 5개인데, 많은 곳에서 경치가 좋다고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아말피를 구경하고 온 우리는 구태여 구경할필요가 없었을 것 같다. 유사한 분위기인데, 경치는 아말피 쪽이 훨씬좋다. 먼저 제일 멀리 있는 마을인 몬테로소(Monterosso) 역에서내렸다. 이 곳부터 시작해서 돌아 오는 방향으로 차례대로 각각의 마을을 구경할 예정이다. 역 밖을 나서니, 바로 앞에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고 눈 부신 태양과 해수욕하고 있는 많은사람들을 보며 저절로 환성이 터져 나온다. 가을이기 때문에 해수욕을 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이럴 줄 알았으면 수영복을 가져올 걸… 이국적인 해수욕장 풍경에 몇 명의 중국 아주머니들이눈에 띈다. 선탠을 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다니면서 발 안마를 하고 다니는 것이다. 누가 처음 이런 생각을 했을 지 경이롭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패러글라이더가 날아 다닌다.부근 산에서 뛰어 내려서는 건물 위로 아슬아슬하게 스쳐가기도 하고, 거의 일정한장소에 착륙하는 것이 신기하다. 바닷가에서 좀 놀면서 구경을 하다가 앉아 쉬면서 젤라토를 사먹고는 다시 기차를타고 다른 마을로 이동한다.
다음 마을은 베르나차(Vernazza). 기차역을나오니 내리막 길이 보이는데, 집들 앞에는 자동차 대신에 배들이 이동바퀴 위에 올려져서 늘어서 있다.이 곳은 부두가 있는 곳으로 그리 크지는 않지만 배들이 떠있는 바다 옆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낚시 바늘과 물고기들이 훤히 보이는 바닷물에서 할아버지가 손주에게 낚시를 가르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고,그 옆에서 바다를 그리고 있는 화가도 볼 수 있고. 방파제가 있기 때문에 익숙한바다 모습인데, 옆으로 큰 망루가 솟아 있다. 책에서 보기에는 해적이쳐들어 와서 사람을 잡아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망루에서 바다를 감시하다가 해적이 다가오면 산으로 도망갔다고. 망루로 올라가는 길 인줄 알고 계단을 올라갔더니, 음식점이고 다른 길이 있었는데,따로 요금을 받기에 더 이상 구경하지는 않고 멀리 보이는 언덕의 올리브 또는 포도 밭을 구경하러 올라가도 좋을 듯 한데좀 시간이 부족할 듯 하여, 다음 역으로 이동했다.
코니닐리아(Conigilia) 마을은5개 마을 중 가장 작은 마을인데, 생략하고, 마나롤라(Manarola) 에서 내렸다. 화보에서 보이는절벽 위에 늘어서 있는 파스텔 톤의 집들이 잘 보이는 곳이다. 바닷가를 구경할 수 있는 긴 산책로가 있어산책을 하며 경치를 감상했다. 산책로 밑으로는 절벽이 펼쳐져 있는데, 몇 명이 절벽에서 바다로 다이빙을 하고 있다. 이것 저것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 되었고, 기차시간을 확인해 보니, 바삐 돌아가지 않으면 그 다음 열차는 1시간 후에나 있어, 급히 기차역으로 뛰어 갔다. 저녁시간이 가까워 지면서 다음 역인 리오마조레(Riomaggiore)에서 내릴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그냥 돌아가서 피렌체에서 저녁을 먹기로 한다. 한곳을 더 들리면, 이 곳에서 저녁을 먹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 피렌체에는12시 가까이에나 도착할 것 같아서.
한적한 시골 마을, 어촌 마을을 너무 바쁘게 돌아나온 것 같아 조금은 아쉽다. 계획을 잘 세웠으면 빈치에 숙박을 정하거나 해서 좀 더 여유 있게 하루를 보낼수 있었을 것 같다. 아님 이곳 라 스페치아에 숙박을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