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7 : 베니스 (2012년)
2012년 10월
아홉째 날,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날.베니스를 하루 종일 구경하고 밤늦게 공항에 가는 일정이다. 밤 11시 50분 비행기이기 때문에 마음 놓고 베니스를 구경해도 된다.아침을 먹는데 다른 호텔에는 달걀이 안 나왔던 것 같은데, 이 곳은 자신이 직접달걀을 삶아 먹게 되어 있어 재미있었다. 끊는 물에 칸이 나누어져 있고, 번호가 적혀 있어 빈 곳에 자신의 달걀을 넣어 놓고 시간이 되면 꺼내 먹으면 되는 것이다. 베니스 주차요금이 비싸다고 책에 적혀 있고, 호텔에서 베니스까지 무료 셔틀을 이용할 수도 있기에프론트에 물어보니, 주차료가 30유로라고 한다. 몇 시간 주차하는 사람에게는 비싸다고 할 수 있으나, 거의 하루 종일 주차하는 입장에서는 그리부담이 느껴지지 않아 차를 끌고 간다.
조금 운전하니 베니스로 들어가는 긴 다리에 들어 선다. 바다 위를 달리는 다리치고는 폭이 좀 좁다. 그래서 더욱 바다 위를 달리는 기분이 든다. 어디에 주차할까 고민할 필요 없이 베니스에 도착하자 곧 주차빌딩이 눈에 띈다. 저녁늦게 떠난다고 하니 제일 꼭대기에 주차하라고 한다. 왜 그런 구분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빙글빙글 돌아 올라가는 것이 사람을 지치게 하는데, 옥상에서 바라보는 경치에 감탄한다. 피렌체와 비슷한 듯 다른 붉은 지붕들과 푸른 바다. 수평선과 유람선. 특이한 점은 지붕 위에 평상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바닷가까지 갈 필요 없이 자기 집 옥상에서 일광욕을 하기 위한 것인 듯.
아네모네를 닮은 하얀 꽃이 예쁘다. 그 뒤로 돌아가니, 곧 수로, 아치형의 다리와 그 옆의 꽤 거친 물살을 헤치고 다니는 곤도라들을 보고 환성을 지른다. 곤도라는 열심이 호객행위를 하는데, 우선은 걸어 다니기로 하고 몇 걸음 걸으니, 뒷골목, 수로가 반복된다. 이 곳은 쓰레기를 끈으로 묶어서 창문에서부터 내리나 보다. 곳곳에 끈으로 묶인 비닐봉지가 내려 뜨려 있고, 차가 못 다니기 때문에 사람이 조그만 수레하나를 끌고 다니면서 수거하고 있다. 아름다운 경치 뒤로는 이런 사람들의 수고가 있는 것이다. 입구에 있는 유리 공예 상점에서 기념품을 몇 개 샀다. 메달과 조그마한 동물모양이 참 귀엽다. 그리고 방향감각 없이 걷다 보니, 대학교 옆을 지나, 아카데미 건물 앞, 그리고 광장, 광장에서는 기념품과 과일 등을 팔고 있다. 지도를 확인하니, 남서쪽 방향으로 가고있는 것이다. 우선 가까이에 있는 성당 건물을 찾는다. 산타 마리아델라 살루테 성당은 문 앞에 걸려 있는 묵주 모양이 특이한데, 입장료를 받고 있어 웬지 거부감이 생겨서 들어가진 않고 밖에서 성당 모습과 그 앞의 바다, 그리고 바다 건너편의 섬들을 구경한다.
여기서부터 길 안내를 범조에게 맡긴다. 평소 가고싶었던 곳이 베니스였으므로 구경하고 싶은 곳을 찾아 가라고. 산 마르코 광장으로 찾아가니, 광장에 비둘기가 가득하다. 그리고 광장 양 편의 식당에서는 경음악을 연주하고 있다.잠시 앉아 쉬면서 비둘기와 놀았다. 이 곳에는 화려한 산마르코 성당과 그 앞에 우뚝 솟은 종탑, 그리고 건너편에 이 곳의 상징인 날개 달린 사자와 그 위쪽에 시간이 되면 인형이 직접 종을치는 건물이 있다. 줄 서서 산마르코 성당에 들어서서 성당 안을 구경하고, 건너편의 종탑을 올라갔다. 성당은 안을 구경하는 것은 무료이지만, 보석들을 구경하는 것과 이층으로 올라가서 전망을 보는 것은 따로 돈을 받는다. 종탑을 올라가기로 하고, 무료인 곳만 구경하고 나왔다. 종탑은 입장료를 받긴 하지만 다행이 엘리베이터가 있어 편안히 올라서 베니스 사방을 구경할 수 있었다. 바다 위에 떠있는 섬들과 산 역시 바다에 떠있는 조르조 마조레 성당이 인상적이다.
이 곳 물가는 조금 비싼 편이다. 가까운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곳 명물이라는 오징어 먹물 스파게티도 시켜 보았는데, 짜장 맛이 나는 것 같으면서도 개운한 맛이다. 바닷가로 걸어 나가니 두칼레 궁전이다. 그 옆이 카사노바가 수감되었다는 감옥으로 건너가는 탄식의 다리인데, 다른 건물들에 비해 그다지 특이한 것은 없는데, 아무튼 주변의 정취가 좋다. 쉬는 겸해서 배 (바부레토)를 타기로 했다. 마침 시간이 맞는 배가 베니스를 한 바퀴 도는 노선이었는데, 바로 앞의 섬으로 건너가서 성당 앞에 머물고 다음 정류장에서 많은 사람이 내리는 바람에 맨 앞의 자리에 앉아 유람을 할 수 있었다. 큰 크루즈 여객선 위에 워터파크 미끄럼틀까지 갖추고 있는 것을 보면서 바로 옆을 지나가서 우리가 들어온 다리 밑을 통과하여 간다, 그리고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리알토 다리를 지나간다. 덕분에 제일 좋은 자리에서 경관을 구경할 수 있었다.
1시간이 금방 지나고, 배에서 내려서 다시 리알토다리 부근으로 가서 거리를 구경한다. 주위는 매우 혼잡한 상점가이다. 무라노 섬 같은 곳은 가지 않았지만, 어느덧 구경하고자 했던 곳은 다 구경했다. 리알토 다리는 베니스의 북쪽 편인데, 다시 한번 이 곳 명물 젤라토를 먹어야겠다고, 맨 처음 구경했던 산타 마리아 성당까지 걸어 갔다가, 명품거리를 구경하자고 다시 북쪽 끝으로, 찾던 상점은 찾지 못하고, 정말 명품 유리공예 상점을 구경할 수 있었다. 유리공예로 만든 동물원, 오케스트라,… 어떻게 저렇게 만들 수 있는 지 신기하다. 몇 번 왕복하다 보니, 저녁시간. 지나가다 보았던 식당을 찾았는데, 어디였는지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길을 잃어 버려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를 헷갈리게 되었다. 다행이 친절한 주인이 있는 괜찮은 식당을 하나 찾아서 식사를 주문한다. 매번 스파게티만 먹었으므로 밥을 주문한다고 리소토를 주문했더니, 죽에 가까운 음식인데 먹을 만하다. 어두워진 거리를 나침반을 꺼내 들고 방향을 찾아서 주차장으로 향한다. 수로를 건너면 금방인데, 다리는 한참 떨어진 위치에만 있어서 또 한참을 걸어야 했다.
차를 몰고 나와 베니스 공항에서 렌터카를 반환한다. 주차장에는 각각의 회사이름만 적혀있을 뿐 나와 있는 사람이 없다. 열쇠 반납 함을 찾았더니, 공항 사무소에 반납해 달라는 안내가 붙어 있다. 공항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자리에 앉아 티켓팅을 몇 시간 기다리다가 창구에 섰다. 창구마다 중량이 초과되어 짐을 빼내느라고 난리다. 우리는 그럴 염려는 없었는데, 예약자 명단에 없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예약번호를 알려 주고, 한참을 기다렸는데, 다른 선임자 불러서 무언가 물어보고, 또 한참을 기다리다 티켓을 준다. 참 아찔한 순간이다. 늦어진 시간 때문에 세금환급 창구에 가니, 담당자 퇴근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줄은 한참 길다. 그냥 신용카드 번호 적어서 앞 상자에 넣고는 비행기 창구로 간다. 잘 되겠지 하면서.
드디어 이탈리아를 떠나 잠시 후, 모스크바에 내린다. 새벽 5시, 돌아갈 때는 8시간 넘게 모스크바공항에서 보내야 한다. 한번 와 본 경험에 의자 사이에 칸막이가 없는 곳을 찾아가 몸을 누인다. 잠시 눈을 붙이고 잤는데, 그냥 땅바닥에 누워 자는 것이 더 편했을 듯 싶다. 괜히 체면 차린다고 의자에서 자는 것이 아니 었는데… 아침을 먹으러 맥도날드에 갔는데, 신용카드로만 결재 된다고 한다. 물론 러시아 돈도 없지만, 러시아 돈으로 적힌 가격이 어느 정도 비싼 줄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무척 비싼 편이다. 가지고 간 IPAD로 드라마를 보거나, 공항면세점을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1시 비행기를 탄다. 실망스럽게도돌아갈 때 비행기는 옛날 기종. 스크린도 없고 당연히 게임도 할 수 없다. 자다 먹다 반복하며 새벽 1시 베이징 도착. 조금 피곤하지만 여행 성공. 하고 싶은 일은 다하고 돌아온 여행이다. 너무 편하게 다녔나 싶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