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감상/세계여행지

일본 오사카, 교토, 동경 3 (2009년)

변치않는회색 2013. 12. 12. 00:20

2009년 1월


전날 너무 잘 놀아서 인지, 아님 중간에 배고프다고 해서 사먹은 편의점 음식 때문인지 새벽부터 아이들과 애들 엄마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 지저분하다는 중국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깨끗하다는 일본에서! 아무튼 원래의 계획은 아침 일찍7시 전에 민박집을 나서서 교토까지 기차타고 가서 4군데 정도 구경하다가 오후에 도쿄로 가는 계획이었는데, 아침을 그냥 쉬면서 보냈다. 우리가 일찍 나간다고 하니, 배웅하시겠다고 주인 아주머니가 새벽같이 오셨는데, 한참을 기다리시다가 여행 잘 하라고 하시며 돌아가신다. 몸상태와 본전 생각에 갈등을 하다가 조금은 늦었지만 교토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교토까지 가는 거리에도 강들이 많이 보인다. 일본 특유의 조그마한 집에 사는 사람들은 기차소리 때문에 시끄럽지 않을까? 조금 갔을까 아이들이 토하기 시작한다. 다행이 비닐봉지를 준비하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 보기에 좀 민망스럽다. 남들에게 폐 끼치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일본 사람들인데… 잠시 내려서 쉴까 했더니 2 정거장만 더 가면 교토(시치조)여서 간신히 교토에 도착했다. 오사카에서 교토가는 기차는 세가지 길이 있는데, 교토역까지 가는 산요혼센선을 타는 것이 하나이고, 가와라마치까지 가는 한큐센을 타는 것이 또 하나이고, 마지막 하나가 내가 선택한 시치조 또는 기요미즈고조까지 가는 게이한 혼센선이다. 가격이 싸기도 하고, 기요미즈테라에서 가까운 역이어서 선택한 방법이다. 시치조에서 내려 지하철역을 나섰다가 짐을 들고 다니는 것이 거추장스러울 것 같아 나만 혼자 내려가서 사물함에 짐을 넣어두고 올라오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입구에서 내려오시면서 나에게 말을 건다. 중국인이냐고? 가족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냐고? 중국인은 아닌데… 알고 보니 내가 사물함 찾아 내려가자 마자 자전거 타고 지나시던 그 분이 말을 걸어 사정얘기를 했더니 도와 주겠다고 내려왔던 것이다. 놀라운 친절이다.

 

택시를 타고 기요미즈테라(청 수사)까지 이동한다. 좁은 거리를 달리면서 기사가 말을 건다. 일본에서는 택시기사가 말을 거는 것이 친절을 나타내는 하나의 방법인가 보다. 예전에 출장 왔을 때는 별로 느끼지 못했었는데, 그 것은 도쿄여서 그런 것인지? 안되는 일본어로 대답을 하는데, 조금 잘못 말해서 애들 엄마가 일본말을 공부하고 있다고 알아들은 기사 분이 무척 반가와 한다. 난감한 상황을 아이들이 포켓몬을 너무 좋아한다고 다른 주제로 돌려서 벗어난다. 택시에서 내려 옛 상점가로 이루어진 비탈길을 오르는데, 소풍을 온 것인지 교복차림의 남, 여 학생들이 많이 눈에 띈다. 옛날보다 많이 단정해 진 듯, 남학생 머리도 그리 길지 않고 여학생 치마도 무척 길다. 손님을 부르면서도 달라 붙지는 않는 상인들. 장인인 듯 부채 같은 것을 전시해 놓고 곶곶이 서 있는 주인. 무언가 한국이나 중국과 달라 보이는 모습들이다.

 




구정을 새지 않는다고 했는데, 어떤 일인지 전통 일본 기모노를 입고 온 사람들도 여럿 눈에 띈다. 절 입구에 도착해 화장실을 들렸는데, 모습은 현대적이고 깨끗한데 들어갈 때, 동전을 넣게 되어 있다. 몇 분 후면 자동으로 다시 열린다는 협박과 함께. 유료 화장실인 것을 좀 야박하다고 느끼면서 볼 일을 보고 나왔는데, 이 화장실은 새로 지은 것이고, 바로 옆으로 옛 화장실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료 화장실이 바로 옆에 있었는데 그 걸 못본 것이다. 그리고 그 밑으로는 묘비들이 가득한 묘지가 펼쳐져 있고.

 

입구는 한참 새단장 중이고, 그 곳을 지나니, 안채 같은 분위기가 풍기면서 약수물이 졸졸 새어 나오고 있다. 아이들이 신이 나서 한 잔 들이키는데, 손잡이가 길어 자신이 먹기에는 좀 불편한 것이 서로 먹여주라는 것인지? 먹을 수 있는 물은 맞는지? 안내문이 일어로만 써있는데, 좀 해석이 불편하다. 대웅전이라고 해야 할지? 중앙건물로 가는 길에는 입장료를 받는다. 입구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일본 사람 특유의 미소를 지으면서 제가 사진 찍어 드릴까요 하는 아주머니. 덕분에 가족 사진 하나 남기고.

 

산비탈에 절을 만들어 밑에서부터 나무들로 구조물을 만들어 그 위에 법당을 만들어 놓은 것도 신기하고, 뒤로 돌아 나가는 길을 보니 가파른 비탈에 나무들이 빽빽한데, 나무마다 옆에 나무판을 하나씩 꼿아 무슨 글이 씌여져 있다. 아마도 수목장을 한 곳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람이 죽으면 화장해서 나무에다 뿌린 것이라고 설명해 주니, 나는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냐고 묻는다. 글쎄, 그냥 바람에 날리면 좋지 않을까? 아냐 아빠는 술을 좋아하니까 술병에 넣어주면 되겠네. 그럼 술병에 넣어서 태풍불 때 공중으로 날리지. – 아이들의 상상력이 참 기발하다.






절을 나와서 올라왔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내려간다. 계속 길 가에 가게들이 차있고 공예품들과 먹을 것들과 여러가지를 팔고 있다. 조그마한 창문 틀에 오밀조밀하게 들이차 있는 화분들이 일본스럽게 예쁘다. 길 끝으로 찻 길을 만난 후, 그 찻 길 넘어 내려가면 기온방향이다. 담벼락을 따라 죽 내려가다 보니, 배낭지고 걷는 외국인들도 많이 보이고 책에서 본 종이부적으로 만든 이글루가 보이는데, 저 굴을 통과하면 악연이 끊어진다고 했던가? 젊은 여자 하나가 뒤에서 치마 밑이 보이건 말건 아랑곳 하지 않고 굴을 기어서 통과하고 있다. 단정하게 꾸며진 기온 거리를 훝고 지나간 후 택시타고 교토역으로 가면서 차창밖으로 교토를 마지막으로 본다. 원래는2~3군데 더 들릴 예정이었지만, 몸상태들이 좋지 않으니.

 

교토역에 가족들을 데려다 놓고 혼자서 시치조로 걸어간다. 짐을 찾아와야 하니까. 걸어서 교토역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20분 정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기요미즈고조에 내리는 것이 좋았을 것같다. 그 곳에서는 교토역까지 JR 선이 있으니까. 신칸센을 타고 도쿄로 가면서 후지산을 창밖에서 쳐다본다. 저기가 후지산이야 하고 깨우는 데, 범조는 몸이 피곤해 지쳤는지 일어나지 못한다. 제일 잠이 없던 아이인데. 가족들 상태가 계속 좋지 않아 도쿄에서도 일정을 취소하고 곧장 신주쿠 부근 신오쿠보역에서 가까운 곳에 잡은 민박집으로 이동해서 휴식하는 것으로 오늘 일정 종료. 아픈 중에도 서점에 들려서 포켓몬 만화책을 사줬더니 무척 좋아한다. 빨리 몸상태가 좋아져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