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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푸켓 (2013년)

변치않는회색 2014. 1. 19. 03:00

2013년 10월


푸켓


가까운 동남아 쪽 해변에서 그냥 푹 쉬고 오자고 생각하고 여기 저기를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다. 조금 먼 발리 쪽은 항공료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레이지아부터, 베트남까지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제일 항공편이 편한 태국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태국 여기저기 다닐 필요 없이 푸켓 한군데에서 그냥 쉬다 오기로. 그런데, 비행기 표가 없다, 이럴 수가...


그냥 살수 있는 비행기표는 없는데,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호텔+비행기 패키지는 구매가 가능하다.  성수기를 맞이하여 여행사에서 비행기표를 모두 쓸어 갔다는 말이겠지. 그래서 할 수 없이 패키지 상품을 구매했다. , 일정은 자유여행으로. 그리고 호텔은 추가요금을 내고 마음에 드는 곳으로 변경을 했다.

 

타이 남쪽에 위치한 큰 섬인 푸켓은 파통비치 쪽에 숙소가 밀집이 되어 있다. 그 외에 푸켓타운 쪽에 묵는 경우도 있는 것 같은데, 이 두 곳은 편리한 대신에 너무 번잡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배낭여행을 하거나 하는 경우에는 시장이 있고 가게들이 많은 곳이 좋겠지만, 가족끼리 조용히 지내려는 생각에 번잡하지 않은 휴양지를 찾아서 카타비치와 방타오비치 중에서 고민을 하다가 방타오비치로 결정했다. 첫 날 공항에 밤늦게 도착하므로 공항에서 가까운 쪽이 조금이라도 편하겠지 하고.  그 중에 선택한 곳은 Angsana Laguna Phuket, 가장 긴 수영장이 있는 호텔이다.

 

한 가지 걱정은 타이가 10월 말까지 우기여서 파도가 거칠고 비가 많이 온다는 것인데, 어떤 사람들의 여행기를 보니, 우기여도 아침에는 괜찮고 오후에 비오는 경우가 많아서 다닐만하다고 해서 믿었는데….

 

타이와 베이징은 한 시간 시차가 있다. 비행기는 밤 6 5분 출발,  푸켓에 도착하면 밤 10 55분이다. 생각보다 빠른 입국수속에 마치 버스정류장을 벗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밤 늦은 시간이므로 허겁지겁 승강장 방향을 찾는다. 밤늦게 택시를 잡는 것이 걱정되어 공항에서 호텔까지 교통도 함께 예약을 했는데. 여러 대의 승합차들이 늘어서 있고,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 그 중에 우리가 예약한 여행사 팻말이 보여, 다가서서 확인하는데, 우리 명단이 없다고 한다. 아니, 이럴 수가 순간적으로 당황했는데, 위치는 맞았지만 다른 여행사에서 나온 사람이었다. 제대로 찾은 여행사에서 명단을 확인했는데,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승합차가 몇 대 없는 듯, 4무리의 여행객들이 함께 승합차를 타고 출발한다. 우리를 빼고 다른 이들은 모두 중국사람. 우리도 마치 중국사람인양.

 

한적한 밤거리에 가끔 소나기가 뿌리다가 곧 멈추고, 상가들이 조금 모여있는 거리를 지나자 마자, 숲길로 접어든다.  이 곳 저 곳 호텔을 들러서 한 그룹씩 하차를 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 가족만 남았다. 호텔은 전형적인 동남아 풍의 넓고 터진 로비를 가지고 있다. 2개를 예약했는데, 중간에 거실이 있는 방 2개짜리 숙소로 업그레이드를 해주었다. 덥고 지쳐서 방문을 열자 말자 탄성을 지른다. 거실부터 침실까지 모두 넓고, 편안한 소파와 테이블이 있는 거실, 그리고 와이파이.

 

아침식사는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아침마다 거의 똑 같은 메뉴의 부페식사를 했다. 열대과일 특히 망고스틴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제 철이 지났는지, 찾아 보기 힘들고, 그마저도 어떤 몰지각한 중국가족이 쓸어가 버리는 불편함을 제외하고는 만족스러운 식사였고, 시간에 맞춰 가면 식당앞에서 코끼리 한 마리를 구경할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특별한 일정을 예약하지 않았다. 정글 나무 사이에 로프와 다리들을 걸어 놓고 한 바퀴 도는 정글탐험이나, 해변가에서 서핑교육 정도를 혹시 가능하면 해보자 생각하고, 태국 오면 꼭 보는 공연 하나도 예약 안하고, 단지 스노클링 하나만 예약했고, 첫 날의 일정은 그냥 호텔 안에서 노는 것으로 결정했다. 수영장이 커서인지, 아님 모두가 다른 곳으로 여행을 다녀서 인지 한산한 수영장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수영하다가, 쉬다가, 조금 걸어나가서 바닷가에서 파도를 구경하기. 다행이 날씨가 좋다.

 





 

이 곳에는 호텔과 호텔사이를 운행하는 보트가 있었다. 여러 호텔들이 호수를 끼고 있기 때문에 무료로 다른 호텔로 구경갈 수 있고 상점가도 한 군데에 몰려 있는 것이다. 시간 맞추어 보트를 타고 상점과 호텔들을 구경하고, 희조의 미션 중의 하나였던 음료수도 하나 사먹었다.


저녁 때, 다시 보트를 타고 나가서 카페에서 식사를 했는데, 각자 자신의 메뉴를 주문하면서 메뉴판을 보니 랍스타가 매우 저렴하여 다른 메뉴보다 싼 것이다. 그래서 희조는 랍스타를 시켰는데, 나중에 계산할 때 보니, 생각보다 휠씬 큰 돈이 청구되어 있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우리가 본 가격은 무게당 가격이었던 것이다. 한 개만 시키기가 천만 다행이지아무튼 식사는 맛있게 했다.

 

둘째 날의 일정은 섬에 가서 스노클링을 즐기는 것이었다. 남들이 모두 가는 피피섬을 피해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섬에서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요트를 타고 노는 것을 예약했는데, 아침부터 비가 오기 시작한다. 연락을 해봤더니, 우선 와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업체서 보내준 차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데, 도로의 많은 부분이 물에 잠겨있다. 푸켓타운을 지나서 내려 가다 보니, 도로 중앙이 잠겨서 차들이 통과할 수 없어 샛 길로 우회를 하려는 찰라, 연락이 왔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일정이 취소되었다고. 아무리 우기라지만 이렇게 계속 비가 오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다른 관광지를 구경갈까 생각하다가 아무래도 호텔로 돌아와서 쉬는 것이 나을 듯 하다. 결국 비가 멈추는 사이 사이 수영하고, 바닷가 구경하면서 호텔에서 쉬었다.


오후 늦게 파통으로 나갔다 왔다. 사실 많은 생각을 안하고 시내 구경 좀 하자고, 호텔 입구에서 택시를 불러 달라고 하니, 입구에 대기 하고 있는 기사들에게 (택시는 아닌) 물어 보라고 한다. 처음에는 푸켓타운 가자고 하고, 공항에서 받은 팜플렛에 있는 정슬론이라는 대형 쇼핑몰 얘기를 했더니 정슬론은 파통에 있다고 하여 파통에 가게 되었다. 산을 하나 넘어서 긴 해변이 보이는 언덕 길을 내려와서 돌아갈 시간 약속을 하고 차를 보냈다. 이 곳 파통에 숙소를 잡지 않은 것이 잘한 것 같다. 해변가를 따라 늘어선 가게들이 많은 것은 좋은데, 너무 복잡해서 휴식의 기분이 들지 않는다.

 



희조가 정한 타이에서의 미션 중 하나가 타이 맥도날드에서만 판다는 콘파이 사먹기 이다. 말 그대로 옥수수가 들어 있는 파이. 바로 앞에 맥도날드가 있기에 주문을 했더니, 다 팔리고 하나만 남아 있다고 해서, 간신히 시식. 길거리를 잠시 돌아 다니니, 해산물 음식점에서 한국 말로 호객 행위를 한다. 실제는 어쩔 지 모르지만 보기에 푸짐해 보여, 다른 좋은 음식점이 없다면 들어가 볼까 마음이 쏠리는. 그리고 또 하나의 미션이 길거리에서 파는 바나나 전병 먹어 보기. 사실 쇼핑몰은 어느 나라에서나 큰 특색은 없는 듯하다. 그리고 태국에 사는 친지가 동업으로 하시는 마루라는 한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중국말가능이라고 쓴 간판이 인상적이다.

 

원래 섬여행을 예약했던 업체는 다음 날에는 출항 계획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호텔 부근의 여행사에 다음날 원숭이 섬으로 떠나는 여행을 예약을 했다. 그런데 일부러 먼 피피섬 여행을 피하려 했는데, 다음 날 나가보니 피피섬 여행하는 일행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단지 가격만 좀 저렴하게 지불한 셈이다. 호텔로비에서 수건을 빌려서 차에 올라타니, 어느 호텔에 위치한 마리나에 데려다 준다. 거기서 다른 곳에서 온 여러 사람들과 조가 편성되어, 한국말, 일본말도 다 잘하는 흑인 가이드와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 일본, 러시아,… , 대기한다. 막 출발하려는 찰라 또다시 비가 한차례 뿌려와 불안하게 만들더니, 다행이도 날씨가 개어, 원숭이 섬을 지나치며 푸른 바다와 섬을 구경하고, 여러 섬을 옮겨 다닌다.

 

섬에 잠시 상륙해서 점심 식사를 하고 쉬다가 드디어 스노클링 시작, 아무 생각없이 물에 들어 갔다가 너무 깊은 바닷물에 잠시 두려움을 느낀다. 구명조끼의 부력 때문에 몸이 내 맘대로 가눠 지지를 않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가까스로 헤엄을 치며 몸 옆으로 지나가는 물고기를 구경할 여유가 생긴다. 나를 제외한 다른 가족들은 모두가 쉽게 적응한 듯, 물고기 떼 한가운데서 신기해 하고, 오리발을 빌린 범조는 시원시원하게 헤엄치고 다닌다.

 

마지막으로 해안에 내려 주어 헤엄을 치며 노는데,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하며 추워진다. 다시 푸켓으로 돌아 가는 긴 여정은 너무 힘들었다. 비가 내려 배 안으로 몰아쳐서, 수건을 뒤집어 썼지만 금새 젖어 추위를 막기 힘들고, 배는 위아래로 심하게 흔들리고, 어떤 사람은 멀미를 하기도 하고 범조 상태가 안좋다. 처음 출발할 때부터 약간 상태가 안 좋더니, 오한이 나서 심하게 떨기 시작한다. 비옷을 사올걸 잘못했다고 무척 후회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수건 하나를 짜서 덮어 주고, 다른 하나를 같이 머리에 뒤집어 쓴다. 길고 긴 항해가 끝나고 다시 마리나. 도착하자 마자 화장실로 직행해서 젖은 옷을 갈아 입으니, 좀 나아졌다.

 









푸켓에 와서 스노클링을 하면서 사진을 찍자고 방수케이스도 샀지만, 사진 찍을 정신도 없었다. 아마도 카메라 가지고 들어갔으면 더 몸 가누기가 힘들었을 듯. 그래서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비디오 및 사진을 샀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우리 가족만 찍힌 부분은 매우 적다.  살 마음을 먹었으면 촬영할 때 좀더 적극적으로 모델 포즈를 취했어야 하는 것이었다.

 

마지막 날, 비행기가 밤 늦게 있기 때문에 호텔에서 나가서 한참을 헤매야 한다. 그래서 호텔에 사정을 했더니, 저녁 때 까지는 있으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하고, 그냥 몇 시간만 연장해 주어 점심 먹고도 얼마 동안 수영장에서 놀 수가 있었다. 막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웠던지 호텔 이곳 저곳을 누비며 놀다가, 푸켓타운 쪽에서 북경에서 알던 사람과 만날 약속을 한다. 만나서 슈퍼마켓에 들러 이 것 저 것을 사고 나오는 데, 갑자기 중국 여자 한 명이 나를 붙잡더니 도움을 청한다. 두리안 말린 것을 엄청 많이 샀는데, 하나 뜯어서 먹어 보니 맛이 생각하는 것과 틀리게 신 맛이 강해서 환불하려고 하는 데, 서로 의사 소통이 안 된다고. 그래서 영어로 사정 설명을 하는데, 입에 밴 중국말이 중간 중간에 섞이니, 종업원은 신경질을 내고, 정신을 차리고 다시 얘기해서 해결을 해 주었는데, 그 여자 분이 중국 사람 아니냐고 물어 한국사람이라고 했더니, 무척 놀라와 한다.

 

쇼핑을 끝내고 차를 타서 친지 분의 집으로 갔다. 넓은 집의 자그마하지만 수영장이 있고, 마당이 넓어 여러 열대 식물들이 우거진 집이 아이들에게는 무척 부러운 듯하다. 그 집의 막내 딸과 어울려 노는 것을 보며, 어른 들은 차를 타고 그 집 첫째 딸을 데리러 나갔다. 조금 막혀서 늦어 지기도 했지만, 막상 집으로 돌아 가면서 생각해 보니 저녁 식사가 애매하다. 어떤 식당을 잡고 우리가 기다리고 있으면 집에 가서 애들을 태우고 나오겠다고 하지만, 밥먹은 다음에 우리를 공항에 배웅해 주려면 차에 좌석이 부족하고, 여러 모로 복잡해 보여 그냥 사가서 집에서 먹자고 했다. 자주 가는 단골 식당에서 익숙한 타이 말로 주문을 하는 것을 보면서 탄복을 한다. 아무튼 해외 여행가서 일반 주택에 들러 보는 것은 참 좋은 체험인것 같다.

 

저녁을 먹고 공항까지 배웅해 주신 덕분에 편하게 공항에 도착했다. 아니었다면 짐을 호텔에 맡겨 두고 다른 곳에서 놀다가 다시 호텔에 가서 공항가는 차를 탔어야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