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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감상/세계여행지

이탈리아 3 : 폼페이 & 아말피 (2012년)

2012년 10월


넷 째날, 주차장에서 이틀을 쉬고 있던 차를 꺼내 몰고 남쪽으로 향한다. 폼페이하고 소렌토, 아말피가 목적지이다. 2시간 30분 정도 운전하면 폼페이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 네비를 조작하는데, 목적지 입력이 어렵다. 대충 폼페이를 입력하면 목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주소를 쳐야 하다니 미리 뽑아 논 지도에서 목적지인 폼페이유적지 옆으로 지나는 도로명을 입력해서 출발, 금새 고속도로에 접어 든다. 다행이 차들이 그리 많지 않다.  멀리 보이는 언덕의 밭들을 보니영국과 닮았다는 느낌이 든다. 특이한 점은 가끔 지나치는 산 위의 마을들 (이곳은 산 위에 성처럼 존재하는 마을이 많이 눈에 띈다.) 과 고속도로 공사를 많이 하는데, 공사 구간에는 중앙 분리대의 일부를 허물어서 반대 차선의 한 차선으로 운행하게 만든다는 점. 한국도 명절이나 휴가 때처럼 운행량이 많을때, 이런 식으로 운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고속도로 위주로 가면 나폴리를 거치게 되어 있다. 나폴리를 구경할까도 계획했었지만, 큰 흥미가 없고 치안이 불안하다는 평가에 그냥 나폴리를 스쳐지나가는 것으로 계획했는데, 네비는 나폴리에서 한참 먼 지점에서 고속도로를 나가라고 지시한다. 설마 틀린 길로 가지는 않겠지 하고 네비를 믿었더니, 좁은 골목길을 안내한다. 한쪽에서 차가 오면 기다려야 하는 길을 한참을 가다보니 폼페이 안내판이 보이는데, 길들이 직선이 아니라 구불구불 굽은 길들이어서 그런지 방향잡기가 힘들다.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했는데,바로 앞 거리가 너무 한산하다. 넓은 주차장이 있고, 상가가 있고, 기차역도 붙어 있는 입구를 생각했는데, 조그마한 시골길에 시골 기차 역. 잠시 동안 제대로 온 것인지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앞에는 주차할 곳이 없어 캠핑장에다 주차하고 드디어 폼페이 관광 시작.

 

여기도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는 없다. 역사는 대충 아니까 지도하고 책에 의존해서 중요한 지점만 구경하고 나온다. 생각보다 엄청 넓은 면적이고,또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아마도 용암이 흘러내릴 때, 낮은 곳에 있던 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나마 높은 곳에 있는 마을이 보존된 것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현재의 로마와 유사하게 돌로 포장된 넓은 길들, 중간중간 밤에도 보이게 박아 놓았다는 야광석, 무너진 담벼락에 기대어 누워서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개들, 그리고 옛 정원, 돌로 굳어진 사람들과 그들이 섬기던 신전. 고요하고 적막한 분위기여야 어울릴 것 같은 데, 햇볕은 강하고 사람들은 붐비고 해서 페허의느낌은 별로 나지 않는다. 죽은 사람들은 모두 다 억울하겠지만, 그나마 유리관 안에 전시되어 있는 사람은 좀 대접을 받고 있는 듯, 도기들과 같이 선반 위에 올려져 있는 사람은 더 억울해 보인다.

 







캠핑장에 위치한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고서 소렌토로 출발. 소렌토까지 거리는 30. 이 길도 좁은 골목길이다. 넓은 바다가 보이는 내리막 길에서 잠시 차를 멈추고 소렌토 전체를 관망할 수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위치가 이 곳인가 보다.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지나 소렌토 시내에 들어섰더니,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다. 대충 불법 주차해도 될 만한데, 마음이 약해서, 이곳까지 와서 주차위반 했다고 차를 끌고 가 버리면 대책이 없으니까, 주차할 곳을 놓치고서는 그냥 한 바퀴 차로 해안도로와 시내를 돌고 아말피로 향한다. 어차피 소렌토에서는 바닷가 구경 조금 하는 것이 계획이었으므로

 






산을 넘는 길은 꽤 넓어 운전도 편하고 전망도 좋다. 멀리 보이는 바다를 보면서 감탄을 하고, 다시 내리막길, 해안도로를 따라 여러 개의 마을이 있는데, 포지타노, 아말피를 거쳐서 우리가 숙박할 곳은 마이오리. 포지타노가 깍아지른 절벽 위에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어 사진에 많이 나오는 곳인데, 감히 마을로 들어갈 엄두도 안 나고, 주차공간도 찾을 수 없다. 차창 밖으로 내다 보이는 경치에 만족하면서 마을을 지나 한적한 곳에서 잠시 사진을 찍고, 아말피 못 미쳐서 기념품 및 차를 파는 가게에서 레몬소다와 레모네이드를 마시면서 옥상에서 휴식을 취한다. 상점은 현대식 건물인데 관광지 같지 않고 시골 가게 같은 분들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그리고 이 곳에서 보이는 전망도 좋다.

아말피는 항구 도시이다. 무조건 항구로 차를 몰아 부두 옆의 주차장에 주차를 한다. 주차권을 뽑는 기계를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한다. 근데, 시간제로 주차하는 것인데, 시간을 입력할 방법이 없다. 어쨌든 주차권을 뽑았는데, 이 곳도 떠날 때는 아무도 통제 안한다. 알록달록한 모양의 성당과 바닷가 구경을 잠깐 하고 레몬비누 등의 기념품을 사고는 호텔로 출발한다.

 







호텔 예약을 하려니, 아말피는 호텔비가 비싼 편이다. 그래서 아말피와 포지타노 중간에다 숙소를 잡았다가 나중에 마이오리로 변경했다. 값도 문제이지만, 아말피 쪽의 호텔은 침대가 4개인 지에 대해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이다. 그런데 마이오리에다 숙소를 잡은 것을 잘한 것 같다. 마이오리는 절벽지대가 아니라 해안가이다. 이 곳 아말피 지방은 가파른 절벽만 있는 줄 알았더니, 해수욕도 가능한 해안가가 길게 늘어서있고, 호텔도 넓으면서 편안하다. 사실 이 곳도 침대가 몇 개인지 확실치 않아 방 2개가 붙어 있는 숙소로 예약했는데,한 개 방에 있는 침대는 조금 불편한 간이 침대여서 남자 둘이 간이 침대를 차지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 곳에서 부터는 집에서 가져간 충전기가 소용이 없다. 이탈리아는 한국의220V 콘센트와 유사한데, 굵기가 틀리다. 다행이 러시아 공항에서 어댑터를 하나 샀기 때문에 어댑터 하나로 핸드폰, ipad, 카메라를 차례로 충전한다. 또 하나 불편했던 점은 호텔이 주차장이 없어서 호텔과 연결된 아파트 주차장을 찾아가서 주차했어야한다는 점. 그래도 한가한 여정을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여행이다.

 






조그마한 사고가 있었다. 호텔이 해안도로에 붙어있지만 진행 방향의 반대편에 위치해 있어서 유턴을 했어야 하는데, 대충 적당한 곳에서 유턴을 하려 했더니,점점 길이 좁아지고 유턴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네비가 시키는 데로 골목길로 들어가서 P턴 비슷하게 하려고 했더니, 좁은 길에 반대편에서 나오는 차가 가득하다. 서로 피하려고 애쓰다 상대편 차의 사이드미러를 접었는데, 그래도 상대 운전사는 웃어준다. 그 후에 그만 벽과의 거리를 조정하지 못해서 우리 차 사이드 미러를 벽에 긁어 버렸다. 보험을 들었기 때문에 문제는 없겠지만, 기분이 좋지는 못했다. 아이들도 괜히 걱정이 가득한 모양이어서 아무 문제 없다고 안심시키고 저녁을 먹으러 거리로 나섰더니, 식당이 많지 않아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그 중 하나를 선택해서 해물 위주로 요리를 시켰더니, 좀 양이 많고 중복된 요리가 나온다, 약간 짜기도 하고.그래도 나이드신 웨이터가 멋있는 맛있고 분위기 있는 식당이었고, 밤의 해안가를 거닐며 구경하다가 하루를 마감한다.

 


아침 부페도 푸짐한 편이고 옥상에 가까운 식당이라 전망도 좋다. 우리 밖에 동양 사람이 없어서 인지 다른 손님들이 흘끔 흘끔 쳐다 보는 것 같았는데, 호텔을 체크아웃할 때 보니, 중국 일행이 체크아웃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알뜰족이리라. 여름에 왔으면 바닷물에도 들어가 보았겠지만, 아쉬움을뒤로 하고 아말피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