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감상/중국여행지

중국 항주, 우전, 상하이 1 (2008)


2008년 5월

올 해부터 노동절 연휴가 줄어서 하루 휴일로 바뀌였는데, 하루 휴가를 내서 주말 낀 3박4일 여행 계획을 잡았다. 목적지는 항주 및 상해, 그리고 오전(wuzhen). 가장 바람직한 것은 하루 전 날 저녁7시 26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아침 8시 17분에 항주에 도착하는 것인데, 이런저런 일로 여행일자를 확실히 잡지 못하는 바람에 기차표를 얻지 못했다. 그래서 비행기편으로 항주로 향했는데, 8시 40분 출발 비행기가 10시 출발로 연착이다. 도착하자 마자 몇 군데 들렸다가 호텔 체크인하려고 했는데,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하늘에서 내려 본 항주는 잘 정돈된 느낌이다. 공항을 나서니 택시가 별로 보이지 않고, 여기 저기 멀리까지 가는 버스들이 눈에 띈다. 시내까지 가는 버스가 15원. 관광지로 직접 가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길이라 잠시 기다려 택시를 타고(95원) 육허탑(liuheta)로 향했다. 아파트 및 빌라 옥상에 조그마한 뾰족탑들이 있는 것이 인상깊다. 창에도 반짝반짝하는 기와로 지붕을 만들고. 거리풍경이나 산풍경이 한국과 닮았다. 지도에서 봤을 때보다는 상당히 먼 거리를 달려 다리를 건너니, 건너편에 육허탑 모습이 드러난다. 빽빽히 주차장을 채운 버스들로 혼잡하지만, 육허탑 앞에 서니, 나무로 만든 높은 탑이 웅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탑에 올라가면 바로 앞 강물을 내려다 보는 풍경이 좋을 것도 같았지만, 추가로 돈을 내야하고, 시간도 없을 것 같아서 뒷 편의 동산에 산재해 있는 여러 가지 모양의 탑들을 구경하면서 한 바퀴 돌아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계획상의 다음 목적지는 송성. 송나라 때의 성의 모습들을 만들어 놓은 곳이다. 입장료도 상당히 비싼 곳이어서 볼 만하게 만들어 놓았겠지 생각하고 가려고 했는데, 택시기사들이 만류하는 분위기다, 낮에 가면 덥기만 하고 밤에 가야 멋있다고. 시간도 좀 촉박하고 해서 송성을 포기하고, 다음 목적지 였던 용정(longjing)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송성이 먼바치에서 보이는 삼거리에서 우회전해서 멋있다는 대나무 숲길도 택시 창밖으로 지나쳐 가니, 차 밭이 보이기 시작한다. 기대했던 것은 보성차밭과 같이 차나무 사이 길이 굽이굽이 흘러가는 것이었는데, 때가 늦어서 인지, 차 잎이 보라색에 가깝고, 평지에 형성된 차밭이라 입체적이지 않고, 차나무가 키가 작아서 무릎 정도밖에 오지 않을 정도라 그다지 감흥이 크지 않다. 용정은 용정차가 유명한 곳이고 조그마한 우물이 하나 있다. 택시에서 내리자 마자, 차 상점에서 할머니 한 분이 두레박을 들고 나서신다. 용정에서 물을 길어 보라고, 그러고 나니 상점에 데리고 가서 차를 대접해 주면서 차에 대해 열심이 설명해 주는데, 반 밖에 못알아들었지만, 강의료를 내는 셈치고 제일 작은 양으로 차를 한 봉지 살 수 밖에 없었다.






원래 호텔 체크인시간을 2 시에서 3시 반으로 해놓았는데, 용정으로 오는 길에도 정체가 심해서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1시간이면 호텔까지 가겠지 하고 2시 30분에 찻집을 나섰는데, 바로 앞에 택시들이 없다. 할 수 없이 걸어 나와 용정사 앞에서 버스를 탔다,용정사는 들르지 못하고. 택시 잡힐 만한 곳까지 가서 내리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계속 정체가 반복되고, 택시가 거의 보이지 않는 곳만 계속이다. 승객에게 지도를 보여주면서 위치를 물었는데, 서호 남서쪽 부근일 것이라고 한다. 이 사람들도 이 곳 사람이 아닌가? 사실은 서호 북서쪽으로 악묘앞을 지나가는 버스였다. 다행이 호텔 부근을 지나가는 버스로 호텔에서 2 블록 거리인 서호 동북쪽에서 내려서 연안로를 찾았다. 생각보다 서호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거리가 지나가는 사람들로 빽빽이 들어차서 움직이기 힘들 정도였는데, 호텔 위치를 물으니 우회전하라고 알려준다. 2 블록쯤 걸었을까? 무언가 잘못된 것 같아 가족은 한 상점앞에서 쉬게 하고 혼자 길을 찾아 나섰는데, 어느 사람은 왼쪽, 어느사람은 오른쪽. 가르쳐 주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항주에선 지나가는 사람한테 길을 묻지 말아야지!” 간신히 거리 이름과 방향을 어름하여 호텔을 찾았는데, 처음 우회전하라고 가르쳐 주었던 사람이 반대 방향을 가르쳐 준 것이다. 호텔에 체크인하고 3블록을 걸어내려가 가족을 찾아왔다. 호텔은 새로 지어 깨끗하긴 했지만, 좁고, 특이하게 목욕탕이 전면 유리로 되어 있어, 넓은 느낌은 주지만, 목욕하는 모습이 침대에서 그대로 보인다.

지친 몸을 쉬었다가 저녁 쯤되어 서호로 향했다. 잠시 서호의 풍경을 보고는 저녁을 해결할 음식점을 찾았다. 마땅한 음식점이 눈에 안 띄다가, 모퉁이의 정갈한 느낌의 중국음식점을 찾았다. 翡冷翠(feilengcui) Florence 라는 곳으로 퓨전음식점으로 먹을만한 곳이었다.

다음 날 아침 짐을 꾸려서 서호로 향했다. 서호는 길이가 3Km 정도라고 했던 것같다. 한쪽 면에 서니, 다른 쪽 면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에서 보았던, 연잎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유람선 값이 생각보다 싸다. (45원) 먼저 가운데 섬에 들르는데,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경치 구경은 잠시, 다시 줄을 서서 배를 탄다. 삼담인월이라고 연못으로 이루어진 섬이 다음 도착지. 호수안에 섬이 있고 섬안에 또 연못이 있어 아득한 느낌을 준다. 이 곳 부터는 좀 여유가 있다. 아마도 이 곳에서 4방향으로 관광객이 갈라지기 때문인 듯. 우리는 남서쪽의 화항으로 가는 배를 타고 서호를 크게 가로 지르는 제방에서 내렸다. 제방은 생각보다 넓어서 이 곳이 제방 맞나 할 정도. 양쪽편으로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가운데 서면 제방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첫번째 다리까지 갔다가 뒤로 돌아서서 물고기 연못으로 들어섰다. 숲은 나무들이 울창하고 좋은데, 정작 연못은 별로.



(섬 가운데의 연못)


(그 유명한 제방)



이제 항주에서의 일정은 끝나고 우전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터미널로 향해야 하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 노선도를 보고는 관광버스 1번을 타고 시내 중심지로 향했다. 항주가 관광지로 발전하려면 택시는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 길이 좁아서도 그렇지만, 승차거부가 심하고, 빈 택시가 매우 귀하다. 그래도 다행이 버스로 앉아서 이동할 수 있었지만. 중심가에서 택시를 잡으려니, 또다시 승차거부다. 불법택시를 잡아 터미널까지 가기로 하다가 우전까지 곧장 가기로 협상을 했다. 330원. 시간도 절약하고 또 바로 앞까지 갈 수 있어서 편할 테니까.
노동절이라 사람이 많아서 그렇겠지만, 처음 깨끗하고 좋은 인상의 항주가 택시와 사람에 치여서 안좋은 인상의 항주로 남은 것이 아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