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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감상/중국여행지

중국 핑구 석림협 (2010년)

2010년 5월


봄은 짧게 지나가고, 어느 새 여름이다. 종종 35도 가까이 기온이 올라가는데, 에어컨이 안나오는 걸 보면 행정상은 아직 봄.

이 상 기후 때문인지 기상대 예보도 틀린다. 주말에 어디 좀 가볼까 했더니, 주말에 비소식이 있다. 어디 가긴 글렀구나 했는 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하늘이 맑다. 인공강우를 내릴려다가 실패한 것인지? 아무튼 부리나테 짐을 챙겨 출발이다. 식당이 변변치 않을 것이기에 토스트 집에서 토스트를 사서 점심으로 준비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북경 동쪽 핑구에 위치한 석림(石林)협이다. 길이 막힐 염려는 없겠지 했는데 예상밖으로 정체이다. 쉬었다 가다를 반복하다 보니, 공항가는 고속도로 입구에서 트럭이 한 대 누워서 길을 막고 있다. 갑자기 방향을 틀다가 뒤집어 진 듯. 이후로는 차들이 띄엄띄엄 지나가고 거의 직선으로 달리는 말그대로 고속도로.

핑구는 예전에 경동대협곡을 가려고 한 번 들렸던 곳이고, 올 봄에도 복숭아꽃 축제를 한다기에, 한번 와볼까 하다가 못왔던 곳이다. 주변에 산이 보이고, 복숭아밭이 늘어서 있는 것이 정겹다. 이천과 닮았다는 마음때문인지?

이 정표에는 석림협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 유명하지 않은 곳인가? 경동대용동(석회암 동굴) 방향으로 계속 가다 보니, 산 꼭대기에 부처님이 보이고 산 밑에서 부처님에 이르는 직선 계단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108계단으로 만들어 놓았을까? 그 옆을 지나쳐 조금 더 오르니 드디어 저수지가 보인다. 저수지 상류가 오늘의 목적지 석림협이다. 저수지 물이 상당히 깊어 보이는데, 반대 편 물가에 텐트가 여럿보인다. 낚시를 하는 듯한 모습도 보이고. 나무그늘만 있다면 여름에 쉬러 오기 참 좋은텐데.

주차 장에 차를 대고, 입구로 올라가는 데, 한국어, 일본어 안내가 눈에 띈다. 다른 관광지에는 참 보기 힘든 한국어 안내판이다. 입구에는 조그마한 놀이공원이 있는데, 래프팅이라고 파도를 타고 내려 오는 것은 코스도 짧고 시시해 보인다. 롤러코스트 처럼 올라갔다가 물로 떨어지는 놀이기구가 그나마 사람들이 많이 줄서서타고 있는데, 다른 곳하고는 틀리게 물이 엄청나게 튀어 올라 배 안의 사람들을 덮친다. 빌려 주는 것인지 사람들은 우비를 입고 있고. 혹시 파는 것일지도?

사실 이 곳은 별 4개 짜리 관광지이다. 그래서 안내문도 그렇고 입구도 잘 정비되어 있는 것이다. http://www.jdslx.com/

입구에서 바라보는 산 꼭대기는 오면서 지나친 부처님까지 오르는 계단보다 더 긴 계단이 눈에 띈다. 꼭대기에는 정자같은 것이 보이고.



입구를 들어서자 바로 왼편으로 사람들이 다리를 건너고 있다. 정상적인 다리가 아니고, 밧줄에 묶어논 나무 판자로 물을 건너가는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설마 밑으로 떨어지더라도 깊지는 않겠지만, 재미있는 발상이다. 계곡을 끼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조그마한 바위에 유래가 있고, 이름이 있고,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결혼해서 지상에서 살다가 못된 용이 탐내서 어쩌고 저쩌고 했다는 내용이다. 인터넷 안내에 있는 내용을 보면 북경 서쪽의 백리협(bailixia)를 닮았었는데, 내용은 맞는데, 백리협을 4분의 1 정도로 축소해 놓은 것 같다. 중간에서 남들이 안가는 왼편으로 방향을 바꾼다. 지질대협곡이라는 이름에 무언가 석림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협곡이 있지 않을까 해서.



이 곳은 입장권에 지도가 있다. 참 친절하다. (다른 곳에는 보통 지도가 없다.) 지도 상으로는 협곡에서 더 가는 길이 없었다. 따라서 어는 정도 들어 갔다가 다시 돌아 나와야 겠구나 하고 들어갔는데, 사실은 정상으로 가는 길과 연결되어 있었다. 입장권의 지도는 예전의 지도이고 나중에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니, 폭포까지 연결되는 길이 표시가 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가는 길에 사람이 많지 않다. 그리 깊지는 않은 협곡인데, 경사가 어는 정도 있어서 숨이 차기 시작한다. 개울가에서 쉬면서 점심을 먹고, 3갈래 길에서 어느 쪽으로 갈지 망설인다. 중국 산에는 왜 이정표를 세워 놓지 않는지... 하나는 좀 더 올라가는 길이고 더 올라간다고 해서 더 좋을 것 같지는 않다. 하나는 왔던 길로 돌어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옆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옆으로 돌아가면 올라오면서 보였던 구름다리로 올라갈 듯. 구름다리로 올라가면 그럴듯한 풍경이 있지 않을까 해서 이 길을 선택한다. 덕분에 입장권 지도에는 없는 경치도 보고 왔던 길을 돌아가지 않으면서 정상까지 갈 수 있었다.



길 을 조금 오르니, 시야가 트이고 산들과 단층으로 이루어진 절벽들이 보인다. 정자가 하나 보이고 정자에 다달으니, 산 옆으로 돌아나가는 길이 보인다. 내려가는 길은 철로된 난간이 잘 만들어져 있지만 무척 가파라서 쉬운 길은 아니다. 빙빙 돌아내려가다 보니, 바위 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 조금은 시원하다. 갑자기 독수리 한마리가 눈에 띈다.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큰 독수리가 동굴 속의 알을 지키고 있다. 독수리가 동굴에 살던가?






땡볕에 산기슭을 돌아 가니, 정상 방향의 케이블카가 보이는데, 올라가는 철계단의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폭포가에 체력 측정 시설을 만들어 놓았다. 하나는 지게에다 나무짐을 만들어 놓고 무게를 써놓았다, 얼마만한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는지? 범조는 폼이 안나와서 제대로 들어 올리지 못한다. 발딛는 폼이 어설프다. 제일 가벼운 짐 하나를 들어 보는데, 균형잡기가 쉽지는 않다. 또 하나는 수직으로 몇 개의 기둥을 세워놓았는데, 왼쪽은 간격이 좁고 오른쪽으로 갈수록 간격이 넓어진다. 얼마나 살쪘는지 검사해 보라는 것.




케이블카는 2명씩 타는 작은 것인데, 그래도 안전해 보인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또다른 경사이다. 지나가면서 세 개의 정자가 있는데, 정자마다 각각 징, 종, 북이 매달려 있고, 정자에서 내려다 보인는 저수지, 산들이 괜찮다. 여기는 그리 높지 않아 해발 720미터 정도. 북이 있는 정자에서 부터 밑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여름날 햇볕이 강한데, 내려가는 계단도 가파라서 쉬운 길은 아니다. 희조를 데리고 왔으면, 땡깡이 난리가 아니었을 거라는. 이 날 희조는 성당에서 행사가 있어서 1박 2일로 수련회를 갔다. 그런데 우리가 내려가는 계단을 올라오는 사람이 여럿있다. 운동을 위해서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아무 생각없이 그러는 것인지?

몇 번을 쉬면서 내려오다 보니, 입구가 가까이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갈림길에서 한쪽은 다른 정자같은 곳으로 이어졌고, 다른 한쪽은 풍경취 출구라고 써있기에 정자는 경치를 보기 위한 곳인가 보다 하고 출구라는 표지 방향으로 나섰는데, 한참을 가다가 알았는데, 이 길은 케이블카 방향으로 가는 길이었다. 한참을 가도 입구하고 점점 멀어지기에 이상하다 했는데, 바위의 이름과 지도를 비교해 보고 틀린 길인 것을 알았다. 다시 돌아나가는 길은 왜이리 길어보이는지...

드디어 입구. 다리는 후들후들한데, 출구로 나가지 않고 다시 길을 오른다. 아까 올라가면서 보았던 물가에서 올챙이를 잡아가기 위해서. 나도 어릴 적에 이것 저것 잡아와서 키우는 것을 참 좋아했는데, 아이들 마음은 다 그런 것인지, 올챙이 잡아가자는 범조를 올라갈 때, 잡아가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집에 갈때 잡아가자고 설득했었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입에 물고 집으로 향한다. 등산시간 3시간 정도, 오고가고 고속도로에서 2시간 좀 넘게 허비, 간단한 산행인데, 햇볕을 받으며 내려오는 계단이 조금은 힘든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