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감상/중국여행지

중국 북경 백천산 (2009년)

2009년 8월


여름엔 바다보다 산이 좋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가에 텐트 하나 치고서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북경에는 산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대부분의 산 소개를 보면 2000미터 안밖의 산을 중턱까지 차타고 올라가는 것이 대부분이고 메마른 산길을 듬성듬성 서있는 나무사이로 먼지 폴폴 풍기면서 높은 곳에 올라서 보았다 하는 것이 다 인 듯이 보였으므로. 북경에 한국사람들이 구성한 산악회가 3개 정도 있는 것 같은데, 여름을 맞이 해서 물놀이할 수 있는 산들을 여럿 소개하는 것에 힘입어 산행을 기획한다. 그런데 자세한 안내가 그리 많지 않다. 얼마나 힘든 산행인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어떤 크스가 좋은지 이런 것들을 산악회를 쫒아 가면 해결은 되겠지만, 가족이 산행에 익숙치 않은지라 남의 짐이 될까 염려스럽다.

여기저기 정보를 캐보니, 대충 산악회가 많이 가는 산행지가 지도에 들어 오고, 그 중 백천산이 가장 쉬워보이는 코스인 것 같다. 마음에 결정을 하고 차를 예약하고(불법 자가용 영업) 김밥을 싸서는 토요일 9시 출발이다.




아 침부터 징청고속도로는 막히기 시작한다. 라디오 방송을 듣던 기사가 사고가 나서 정체가 심하다고 좀 돌아가자고 한다. 마침 징청고속도로를 올라타기 바로 전이라 다른 길로 돌아갈 방법이 있는 것이 다행. 시장옆으로 난 좁은 길을 요리조리, 철도도 하나 건너고 하면서 huanggang에서 징청고속도로를 올라탄다. 사고의 여파로 여기까지 온 차가 적어져서 인지 예전에 비해서 지나가는 차량의 수가 무척 적다. 평소 막히던 곳도 무사 통과해서 Huilou 못미쳐 국도로 갈아타는데, 기사도 이 곳 길이 초행길이다. 아무튼 북쪽으로 가면 되겠지 하고 앞으로 향하는데 오른편에 서국적인 빌라촌이 눈에 띈다. 동화나라 라는 간판도 보이고. 별장식 주택인지? 그다음 표지판을 보니 이곳에 새로 기술개발단지를 만들고 있는 것이고, 우린 예전 도로와 나란히 달리고 있는 개발단지 내부도로를 달리는 바람에 넓은 도로를 편안히 운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고 개발단지가 있네... 개발단지 끝나는 곳에서 예전 도로(111번 도로)를 올라타고 조금만 더 가면 되겠지 했는데 상당한 거리를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리다가 왼편으로 갑자기 백천산 간판이 눈에 띄는 데, 산 입구 같지가 않고 음식점 입구 같아 지나쳤다가 다시 돌아왔다.

여름이 거의 다 지나가서 인지 주차장엔 차도 별로 없고, 조그마한 뜰채를 판다. 계곡에서 물고기 잡으라고... 작은 것 5원 - 절대 이 것으로는 눈먼 고기 아니면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작다. 큰 것은 15원. 중간 것을 사서는 물고기를 잔뜩 잡으려는 듯 의기양양하다. 입장료를 내고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보가 하나 보이는데, 보트 놀이하기 딱 좋을 정도의 깊이이다. 생뚱맞은 풍차를 뒤로 하고 갈림길에서 배를 타는 길을 택한다, 오른쪽 계단. 조그마한 모터보트를 타고 5분 정도 달려서 숲속 선착장에서 산행 시작이다.









한 국 산하고 유사하다. 양평의 낮은 산에 온 듯. 자그마하지만 그나마 빽빽히 그늘을 드리우고 있고 시냇물과 인접해 달리는 등산로는 그물다리를 여러번 건너면서 중간중간 발을 담그고 쉴만한 못으로 안내하고.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 배고프다는 아이들 아우성에 일찌감치 못가에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으면서 물고기 잡겠다고 바지 걷어붙이고 물에 들어선다. 목까지 잠길 만한 깊이의 물에서 조그마한 뜰채로 물고기 잡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고, 더구나 움직이며 일으키는 흑탕물로 얼마못가서 포기한다. 낙심한 아이에게 위에 가면 조금 얕은 물이 있을테니, 거기선 가능할 것이라고 격려(?)한다.

어느 정도 올랐을까 다시 한번 쉬느라고 그늘에 앉았는데, 어떤 모녀가 낚시로 물고기를 잡고 있다. 그리 전문적인 낚시꾼은 아닌 것 같으데, 그래도 한마리 낚는 것은 볼 수 있었다. 힘들어 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지도상에 물고기가 노는 연못이 있다고 보여 주니, 앞장서 씩씩하게 올라갔는데, 어느새 폭포까지 올라갔다. 중간에 연못이 있어야 하는데, 어느새 지나친 것이다.




금 새라고 바위가 쩍 쪼개져서 떨어질 것 같은 폭포앞에 잠시 앉아 있으니, 금새 추워기지 시작한다. 별로 크지 않은 폭포인데. 갈림길까지 내려와서 다른 폭포쪽으로 갈려고 하니 길이 막혀있다. 산악회가 여럿 여기 왔던데, 그들도 여기서 돌아간 것인지? 이정도면 별로 힘들지 않은 산행이다. 내려가는 길에 얕은 물가를 하나 발견해서 자리깔고 쉬면서 애들한테 물고기 잡으라고 했는데, 잡을 줄모른다. 시범으로 한마리 잡았는데 버들치 같은데 한마리 잡았더니, 금새 다들 도망가서 작은 물고기밖에 안 보인다. 그 놈들이라도 여럿 잡으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너무 늦는 것 같아 다 풀어주고 하행길을 재촉한다.





조 금 지루하다 싶더니 어느 새 선착장까지 내려와서, 잠시 배를 타고 갈까, 걸어 갈까 망설이다가 이번엔 걸어가 보자고 했느데, 생각보다 가파른 등산길이다. 등산로 중에 이 곳이 가장 가파른 것 같다. 하지만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저수지의 모습이 이 길을 택할 만한 가치가 있다. 왜 내려가지 않고 올라가냐는 애들 성화를 달래면서 주차장에 닿으니 4시. 쉬엄쉬엄 힘들 것이 없는 산행이다.